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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 데이팅 사이트의 전략적 퍼즐

회원제 데이팅 사이트의 전략적 퍼즐

https://www.hbrkorea.com/magazine/article/view/5_1/article_no/1310
 
BUSINESS MODELS
회원제 데이팅 사이트의 전략적 퍼즐
우웨, V. ‘패디’ 파드만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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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기 동안, 중매는 부모나 친척 어른이 해주는 것이었다. 20세기 들어 미국인들은 주로 친구를 통해, 그리고 가끔 가족이나 직장동료의 소개로 인생의 짝을 만났다. 컴퓨터를 이용한 짝 찾기는 1959년부터 시작됐지만, 1990년대 중반 온라인데이트 사이트가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대대적 전환기를 맞았다. 이런 추세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결혼정보 및 온라인데이팅은 25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미국 커플의 약 25%가 인터넷으로 짝을 만난다.
초창기 데이팅 웹사이트는 보통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회원을 검색하고 연락할 수 있는 단순한 플랫폼으로 운영됐다. 요즘 데이팅 사이트는 매칭 기술을 중요한 고객가치로 내세운다. 이하모니eharmony는 ‘29가지 차원의 호환성’에 근거해 “가장 어울리는 싱글들을 이어주는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오케이큐피드OKCupid는 “엄청난 수학 연산으로 사람들을 더 빠르게 연결해 준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과연 사랑에 애타는 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까?
현대식 매칭 비즈니스의 핵심 딜레마
최근 우리는 카네기멜론대 조교수이자 알리바바그룹 소속인 카이푸 장Kaifu Zhang과 함께 결혼정보회사와 고객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이해충돌을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이용자는 대개 잘 맞는 짝을 찾으면 곧바로 사이트 가입을 해지해서 회사의 수익과 현금흐름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이 가장 효과적인 매칭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지,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혁신을 빼야 할지 확실치 않다.
물론 매칭 플랫폼은 고객의 회원 가입을 끌어낼 만큼 훌륭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매칭 알고리즘의 효과가 종종 플랫폼들이 주장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는 데이트 사이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 수익이 가입 회원의 이용료에 달려 있는 취업 사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 최고 회사의 한 임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너무 훌륭하다는 겁니다. 소규모 고용주들은 적합한 직원을 너무 빨리 찾아서 가입 해지율이 아주 높습니다.” 그는 취업사이트가 성장하려면 영업인력이 대거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 압박이 커진다고도 말했다. 그런 이유로 그 회사는 효과가 떨어지는 매칭 기술을 ‘소규모’로 시험하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결혼정보업계에서 일부러 더 뒤떨어지는 기술을 사용하는 관행이 보편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산업에 내재된 딜레마는 자세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많은 산업에서 중개업을 하는 기업들에는 배울 점이 있다. 당장 문제가 되는 데이팅 사이트나 취업 사이트 외에도, 고객을 공급업체와 연결해 주는 B2B 구매 사이트의 경우가 그렇다.(예컨대 중국에서 이런 B2B 구매 사이트는 유통업체와 공급업체를 매칭해 준다.)
우리의 이론은 매칭 플랫폼을 넘어 다른 산업에도 적용된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이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제품 이용을 중단하게 되는 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생명공학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문제에서 똑같은 딜레마를 발견했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한 번에 치료되는 약을 시장에 내놓으면 환자와 사회에 엄청난 가치를 안겨주지만,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찾는 회사에는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금융 전문채널 CNBC 기자의 보도대로, 이들의 견해는 “치료제 개발이 장기적으로 사업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거나 저해하는 요인
우리가 실시한 게임이론 분석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의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이용자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고객이 좋은 짝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회사가 매칭 효과를 떨어뜨리면 시간이 지나도 짝을 찾지 못하고 남아 있는 고객이 많아진다. 이용자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사이트 회원으로 계속 머무르면 신규 고객 유입에 도움이 된다. 고객 이탈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회원 수가 늘면서, 이후 가입하는 모든 이용자의 경험이 개선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일찍 가입한 고객들은 성능이 뒤떨어지는 매칭 알고리즘 때문에 고생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뒤떨어진 기술이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요인은 조금 아이러니하게도 고객의 인내심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최근 7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낸 수지라는 이용자가 있다고 해보자. 수지는 데이트를 다시 하고 싶긴 하지만, 재혼에 애가 타거나 하는 건 아니다. 매달 적은 이용료를 내면서 선택의 문을 열어 놓고 새로운 만남을 갖는 데 만족한다. 그럼 이제 긴 해외파견 근무를 마치고 얼마 전 귀국한 아비라는 이용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일련의 덧없는 연애 끝에 아비는 대부분의 대학동창들처럼 가정을 꾸려 정착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의 말마따나 “섹스 상대를 찾아 클럽을 전전하는 생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싶다. 여기서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시장에 수지 같은 사람이 더 많을까, 아비 같은 사람이 더 많을까?’ 수지는 더 좋은 매칭 기술을 필요로 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기술에는 지갑을 열지 않을 게 분명하다.
다행히 우리의 분석 모델은 결혼정보회사가 기술 혁신에 힘쓰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몇몇 요인도 함께 설명한다. 첫째, 경쟁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이트 이용료가 낮아지고 회사 이익은 줄어든다. 개별 이용자의 금전적 가치가 하락하면 회사는 안정적 수입원이 돼 주는 ‘캐시카우’ 고객군이 떨어져 나갈 거란 걱정을 덜 하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더 나은 기술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반대로 시장 경쟁이 없으면 회사가 이용료를 올릴 수 있는 힘이 커지고, 소중한 고객이 너무 빨리 짝을 만나 사이트를 떠나게 될까 봐 더 망설이게 된다. 만약 고객들이 딱히 갈 곳이 없다면, 효과가 떨어지는 매칭 기술이 회사와 고객과의 관계를 더 오래 유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수익 모델을 월정액 이용료 기반에서 회사가 짝 찾기에 성공한 이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수수료(커미션) 기반으로 바꾸는 것이다. 수수료 기반 모델은 회사와 고객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실제로 헤드헌팅 업계와 셀렉티브서치Selective Search, ‘제니스 스핀델의 진지한 소개팅Janis Spindel’s Serious Matchmaking’ 등 최고 결혼정보 사이트는 이미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온라인데이트 사이트는 수수료 기반 모델을 실행하기 어렵다. 실제 ‘거래(만남)’가 검증을 통해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수수료 기반 모델이 비현실적인 경우에는, 그 대신 회사가 더 긴 이용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선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고객의 발목을 잡아 두면 고객이 이탈할 걱정은 줄고 기술을 혁신하려는 회사의 의지는 높아진다. 한편, 상당한 이용료를 선지불해야 하는 고객은 가장 훌륭한 매칭 기술을 적용한 회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운명의 짝을 찾는 일에 진지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혼정보회사에 자신을 맡기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회사가 진정한 사랑과 최상의 매칭 기술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처럼 서로에게 도움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전략적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혁신적인 기술이 회사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면서.
번역 허윤정 에디팅 조영주
우웨(Yue Wu)는 미국 피츠버그대 카츠경영대학원 마케팅 조교수다.
V. ‘패디’ 파드만납한(V. ‘Paddy’ Padmanabhan)은 인시아드의 마케팅 교수이자 이머징마켓연구소학술디렉터다.